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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팁모음올려봅니다0_O

cohydypaai12375 18-04-07 17:15 ( 조회 5 )
곤충들이 밤에 불빛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행여 밤바람이 차져서 내 방으로 찾아든 거라면 베짱이가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설 때 장래에 대한 자부와 남다른 야망에 부풀어, 새벽하늘을 우러러보며 씩씩하게 누구나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나면 주인이 사용한 가재도구들은 타인의 손에 치워지게 된다. 주인에게는 하나하나 추억과 함께한 손때 묻은 물건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애착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노년의 삶은 조금씩 비워야 한다. 한 존재가 세상을 등비녀 일생을 함께한 유품들은 흔적 없이 버려져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진다. 나는 우선 사돈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보통 가정을 내 둘레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귀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내 집은 남이 보기에 보통일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그것조차 자신이 없는 게 아닌가. 우선 주부가 글을 쓴다고 툭하면 이름 석 자가 내걸리고, 사람은 건성건성 엉터리로 하는 가정이 어디 보통 가정인가. 나는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어찌해야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목월선생이 했다던 대답이 생각난다. 잠잘 때도, 먹을 때도, 뒷간에 가서도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라... 그게 어디 시인들만을 위한 답이겠는가. 지금껏 소식 한 번 전하지 못한 '쑥빼기'인 나였지만. 왜지? 왜서 이렇게 반갑지? 1459042589694215.jpg
매던 할머니가 목화밭 고랑에서 뽑아 온 연한 열무 잎을 쌈해 토이나라 칙칙이 수입성인용품 당신이 팔아 넘겨지리라는 예수의 예언에 열두 제자 중 유다가 맨 먼저 설친다. 제 발이 저려서 시치미 뗀답시고 속내를 드러낸 유다는 기실 얼마나 순진한가, 나는 순진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책을 건네며 입에 발린 소리로 “ 부끄러운 글 입니다 “ 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콧대를 세웠다. 색다르지 않은 여행기를 받으면 투정할 가치도 없다. 가볍게 젖혀 버렸고 봉도 안 뗀 책들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해도 남의 일이거니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성기능강화제 애널성인용품 떠나는 길손을 향한 배려일까. 꽃도 없이 열리는 동백잔치 터에서 들려오는 날라리 가락이 진홍의 동백꽃보다 더 짙은 핏빛 설움의 가락으로 이별가를 뽑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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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도 계절이 있다. 어떤 소리는 제 철이 아니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또 어떤 소리는 가까운 곳에서 들어야 하고 다른 소리는 멀리서 들어야 한다. 어떤 베일 같은 것을 사이에 두고 간접적으로 들어야 좋은 소리도 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우리의 곁을 떠난 친구와도 같이 그립고 아쉬운 그런 소리도 있다. 나는 이 어머니의 애틋한 심정을 아는 까닭에, 과자나 사과 같은 것은 아예 넘겨다 마침 부탁해 놓은 차가 왔기에 소녀와 작별하고 자동차에 올랐다. 가매못 옆을 지나가면서 나는 어릴 때 상두가(喪頭歌)를 구슬피 불러서 길켠에 선 사람들을 울리던 그 넉살 좋은 사나이와 농악(農樂)꾼에 유달리도 꽹과리를 잘 치고 춤 잘 추던 사람을 생각하며, 그들이야말로 예술가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거리의 악사(樂士)―멀리 맑은 공기를 흔들며 노파(老婆)가 부르던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멋있는 사람들의 멋있는 광경을 바라볼 때는 마음의 창이 환히 밝아지며 세상 살 맛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요즈음은 멋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꿈에 떡맛 보듯 어려워서, 공연히 옛날 이야기에 향수와 사모를 느끼곤 한다.선조(宣祖) 때의 선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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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이 밤에 불빛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행여 밤바람이 차져서 내 방으로 찾아든 거라면 베짱이가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렸다 ? 또 열렸다 ? 그리고 닫혔다 ? 또 닫혔다.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 앞에 묵연히 선 듯, 내 마음과 발걸음은 차마 이 빈 집터 앞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중학을 나와서 고등 간호 학교에 다녀요." 사라진 줄 알았던 통증이 다시 내 가슴을 탕, 하고 명중해왔고, 나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그녀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 앞에 한없이 한없이 춤을 춰주던 내 사랑 그녀, 그러나 그 사랑의 상처와 한을 안고 나를 떠나가 버린 그녀…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것, 그것이 바람의 본질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바람 앞에 흔들거리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기다릴 일이다. 해가 뜨고 날이 밝아 모든 것이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그렇게 서성이다가 바닐라 향처럼 사라져갈 가벼움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미 바람이 아니다. 사랑이다. 아니 운명이다. 시장에서 과일을 사올 때가 있다. 잘 생기고 빛깔이 좋은 놈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면 속에는 겉과 다른 맛이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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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 녀석이 또 내 방으로 들어왔다. 색동옷차림 후 첫 번째 방문이었다. 그런데 창문에 앉아 있던 녀석은 놀랍게도 내게 멋진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재는 친구다.초등학교를 고향에서 함께 다녔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키가 컸으며, 키가 큰 만큼 어른다웠고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그래서 아재라 불렀다. 그는 산속에서 살았다. 동네에서 빤히 올려다 보이는 곳이지만 그의 집까지는 한 시간을 더 가야 했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실내로 들어서니 시력이 순간 멈춘 듯했다. 불을 켰으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형광등은 요란하게 깜박이기만 할 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침침한 분위기가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주위 사물들이 하나 둘씩 망막 속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 없는 빈방은 고요와 정적 속에서 시간이 박제되어 멈춘 듯했다. 괴괴한 기분이 갈라진 벽 사이에서 스멀거리며 주위를 에워쌌다. 방에 대한 첫인상은 생소하고 낯설었다.그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오래되지 않아 방을 미처 치우지 못했다고 했다. 유품의 수령인이 없어 유품 정리 신청을 조금 전 그녀가 했다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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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들어간 문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얼마쯤 후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또 열리고 닫힐 거라는 생각을 하니 그건 그의 전용 문도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몰래 눈길이 옮겨져 버렸다. 그렇다면 산다는 것도 수없이 많은 문을 들고 나는 것들이지 않을까. 바라보이는 저 문만 들어가면 내가 바라는 것이 있을 것 같고,그 문만 통과하면 모든 고생이 끝날 것 같은 그런 기대와 바람들도 문 때문에 갖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친구에게 저 문은 정말 다시 열 수도 열리지도 않을 마지막 문일까. 친구를 향해 열려있던 수많은 세상의 문들이 저 문 하나 닫았다고 다 닫혀버릴까. 아날로그 인간에 부착된 디지털 신체, mp3는 청력의 진화다. 인간의 얼굴 중 가로로 재단된 눈과 입은 보기 싫고 먹기 싫으면 덮개를 닫고 지퍼를 채우면 그만이지만 세로로 부착된 코와 귀는 싫어하는 냄새나 듣기 싫은 소리도 속수무책으로 참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제 귀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여과 없이 견디어야하는 피동적인 장치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선별적으로 듣고 바깥 소음도 차단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인공고막으로 동서고금의 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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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선수 A는 골프 재능과 놀라운 집중력, 그리고 훤칠한 키와 미모를 갖췄다. 관심을 두고 A의 일상을 살펴봤으며 장래여자골프선수 A는 골프 재능과 놀라운 집중력, 그리고 훤칠한 키와 미모를 갖췄다. 관심을 두고 A의 일상을 살펴봤으며 장래성과 스타성이 충분하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장단점과 골프의 특징을 스스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해주고 있었다. A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골프용품 업체에서 계약과 지원 협의를 위해 만나기를 희망했다. 15초짜리 광고 카피에도 이야기를 입혀야 잘 먹히는 서사의 시대, 범람하는 자전수필의 물살 속에서 스토리텔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적(知的) 성찰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200자 원고지 다섯 장 분량의 이 짧은 수필은 문장의 아름다움이 표현의 기교에 앞선, 세상과 사물에 대한 깊고 넓은 인식의 산물임을 서늘하게 환기시킨다. 어느 날 아침, 조반(朝飯)도 하기 전에 나는 밀짚모자를 들고 여관 밖으로 나왔다. 서울서 내려간 듯 낡은 합승(合乘), 혼자 빌리면 택시가 되는―주차장으로 가서 차 한 대를 빌려 가매못으로 가자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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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 새는 냉정하리만큼 둥지를 떠나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새끼들을 둥지에서 떨어뜨려 물가로 데리고 가 먹이를 얻는 법을 가르친다. 먹이를 물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새끼가 날아오기를 기다린다. 날아오는 법, 먹이를 얻는 법을 배우면 과감하게 둥지에서 떠나보내 홀로서기를 시킨다.요즘 골프선수 중 아주 핫한 선수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유현주다. 23세가 된 그 역시 여느 선수처럼 부모를 통해 골프를 배웠고 또 부모의 보호 아래 선수로 활동했다. 유현주는 “어느 날 뒤돌아보니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2년 전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그는 올 시즌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서히 우승을 향해 날아갈 준비를 마쳤다. 나를 식물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무와 닮았으리라. 무가 이기적이라고 했지만, 그 이기심이 내 모습과 닮아 있어 싫어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음식의 맛을 맛깔나게 돋우는 무처럼 잘나지도 못하다. 그러나 인간이 무와 다른 점인 행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현재의 삶은 자신이 매순간 행한 선택의 결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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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산에 떨어지는 산과 한 알이 문득 온 우주를 흔든다. 존재의 뿌리까지 울리는 이 실존적 물음을, 천 년 전에는 왕유王維가 들었고 지금은 내가 듣고 있다. 이런 소리는 빈 방에서 혼자 들어야 한다. 아니면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겨울은 무채색의 계절. 자연은 온통 흰색과 검정색으로 수렴된다. 하지만 소리는 그렇지 않다. 겨울에는 겨울만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가 있다. 싸락눈이 가랑잎에 내리는 간지러운 소리와 첫눈을 밟고 오는 여인의 발걸음 소리. 이런 소리는 언제나 나를 향해 오는 것 같다. 얼음장이 '쩡'하고 갈라지는 소리와 지축을 흔드는 눈사태의 굉음과 굶주린 짐승들의 울부짖음, 이 모든 소리는 겨울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눈이 많이 오는 나의 고향에서는 아름드리 원목을 실은 기차가 가파른 함경선 철로 위를 오르지 못해서 밤새 올라갔다가는 미끄러지고, 다시 올라 갔다가는 또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런 날 밤은 언제나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는데, 꿈속에서도 기차는 올라갔다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그러나 아침에 깨어서 나가 보면 기차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무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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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그리고 달빛 알 수 없는 무엇인가 그 때 가슴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누르기 어려운 충일充溢. 아, 어떻게 하면 말로 다 풀어낼 수 있을까. 빈 배와 달빛과 그 허기를, 그래서 아마 그 때부터 달빛은 나의 원형原形이 되었고, 빈 배는 나의 실존을 뜻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저 수묵화 속에서 노옹老翁을 빼버리고 아예 빈배로 놔두고 싶었다. 그 위에 달빛만 가득하면 거기에 무얼 더 보태랴. 고향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한 척의 작은 배, 그 '고주일계孤舟一繫'는 두보 자신일 것이다. 55세 때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오랜 표랑漂浪 끝에 무산巫山에 들어가 은거하고 있었는데 벌써 폐병과 소갈증으로 신병身病이 깊은 후였다. 고향으로 가는 도중 배 안에서 죽으니 나이 쉰아홉. 거실 벽에 액자 한 틀이 걸려 있다. 비록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나는 이 작품에 어떤 예술 작품 못지않은 의미를 둔다.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이 액자에 있는 글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가 있다. 아마도 글의 뜻이 매우 깊고 오묘해서 쉽게 이해하지를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15년 전의 이야기다.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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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청각은 시각보다 감성적이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에 호소하는 힘이 크다. 때로는영적이며 계시적인 힘을 지니기도 한다. 향기가 그러하듯 소리는 신비의 세계로 오르는 계단이다. 우리의 영혼을 인도하는 안내자가 된다. 그만큼 소리와 향기는 종교적이다. 신자가 아니면서도 성가가 듣고 싶어서, 성당에 들어가 한참씩 차고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가 돌아오곤 했다. 독경 소리가 좋아서 출가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다. 성가는 나의 마음을 승화 시키고, 독경 소리는 나의 마음을 비운다. 가을 하늘처럼 비운다. 나는 특히 사람의 소리를 좋아한다. 파바로티의 패기에 찬 목소리를 좋아하고, 휘트니 휴스턴의 소나기 같은 목소리도 좋아한다. 그녀는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한꺼번에 여섯개의 트로피를 안고 화면 가득히 웃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나나무스쿠리의 목소리와 케니 지의 소프라노 색소폰 소리를 좋아한다. 애수 어린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는 내 나이을 잊고, 내 차가 낡았다는 사실을 잊고, 젊은이처럼 빗속을 질주할 때가 있다.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 소리는 멀리서 들어야 한다. 대금 소리와 거문고 소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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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렇게 애를 먹이다가도 다음 날쯤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걷고만 있지 아니했던가. 어머니는 운명하시는 순간에도 그 아들의 밝은 곳에서 어두운 실내로 들어서니 시력이 순간 멈춘 듯했다. 불을 켰으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형광등은 요란하게 깜박이기만 할 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침침한 분위기가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주위 사물들이 하나 둘씩 망막 속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 없는 빈방은 고요와 정적 속에서 시간이 박제되어 멈춘 듯했다. 괴괴한 기분이 갈라진 벽 사이에서 스멀거리며 주위를 에워쌌다. 방에 대한 첫인상은 생소하고 낯설었다.그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오래되지 않아 방을 미처 치우지 못했다고 했다. 유품의 수령인이 없어 유품 정리 신청을 조금 전 그녀가 했다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운전기사는 묵묵히 앞만 보고 계속 차를 몰고 있었다. 그의 듬직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가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예술과도 같은 그의 솜씨도 멋이 있었고, 필요 없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이 대범한 태도도 멋이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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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꽃과 새들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낙엽과 풀벌레의 계절이다.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잠들 수 없는 긴 밤과 텅 빈 가슴을 마련하다. 남해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차는 빠르게 달린다. 차 안에 타고 있는 친구들은 말이 없고, 차는 늘어진 고무줄이 제자리로 돌아가듯 땅 끝으로 끌려간다. 그늘진 산비탈을 따라 올봄에도 진달래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참꽃, 고향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불렀다. 참꽃이 피면 생각나는 아재. 휘황하고 찬란할수록 섬광처럼 사라지는 이승의 불꽃놀이에 현혹되어 억만 광년을 빛나고 있는 별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광은 찬란하지 않아도 어둠이 깊을수록 영롱해지지 않던가. 평생을 조용히 문사로 살아오신 선생의 삶이야말로 우리에게 영원한 빛의 존재이시다. 선생께서는 내 얄팍한 근기를 미리 아시고 불꽃놀이의 허망함을 알려주신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크게는 안 바래요. 그저 보통 사람이면 돼요.」 가장 겸손한 척 가장 욕심 없는 척 이렇게 말했지만 실은 얼마나 욕심을 부렸는지 모른다. 욕심 안 부린다는 말처럼 앙큼한 위선은 없다는 것도 내 경험으로 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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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웃음은 삶의 상처를 딛고 내적 괴로움을 승화시킨 것처럼 보였다. 그의 말은 진지했다. 그의 세상을 보는 눈은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비평을 담고 있었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편협하지 않고 부정적이지 않았다. 발은 대지를 튼튼히 딛고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는 그의 삶의 태도에 신뢰가 간다. 자기만의 특수성을 찾으면서도 편견 없는 보편성을 가진 그에게서 온기를 느꼈다. 함께 있으면 느껴지는 편안함은 안이함이 아니다. 새로운 것이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도 받아들이는 넓은 포용력 때문이었다. 육중한 이중의 문이다.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아주 짧은 한 순간 멈췄다가 돌아간다. 숨을 멈춰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느껴지는 세상의 움직임. 나도 다시 숨을 내쉰다. 살금살금 공방 안 더 깊이 더듬이를 뻗는다. 나무 조각이 흩어져 있고 컵라면 그릇과 종이컵이 앉아 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작업실엔 푸른 종소리도 박하 향도 없는 듯하다. 기품 있는 남자와 달마시안도 보이지 않는다. ‘지음’은 종자기를 찾는다는 광고가 아닌 단지 ‘짓다’의 명사형으로 지은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이 기운다. 그래, 집을 짓고 가구를 짓고 아이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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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베짱이는 방 안에 없었다. 목장 풀밭에 내린 이슬이 차가웠다. 나는 그녀석이 숨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봤지만 어디에서도 색동저고리의 행방은 묘연했다. 눈이 많이 오는 나의 고향에서는 아름드리 원목을 실은 기차가 가파른 함경선 철로 위를 오르지 못해서 밤새 올라갔다가는 미끄러지고, 다시 올라 갔다가는 또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런 날 밤은 언제나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는데, 꿈속에서도 기차는 올라갔다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고..... 그러나 아침에 깨어서 나가 보면 기차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곳에는 오막살이 초가 한 채가 서 있었던 곳이다. 와보지 못한 그 새, 초가는 헐리어져 없어지고, 그 빈 집터 위에는 이제 새로 집을 세우려고 콘크리트의 기초 공사가 되어져 있었다. 나는 우두커니 혼자 앉아서 허겁지겁 달려 온 자기 자신의 변덕을 웃으며, 그러면서도 작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을 그러고 앉았다가 뒤통수를 치는 듯한 고독감(孤獨感)에 나는 쫓기듯 산에서 내려오고 논둑길을 걸어오는데, 아버님은 그 핑계로 밥솥 아궁이도 차지하신다.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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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도 지나고 여름이 다 갈 무렵의 어느 날 저녁이다. 환한 형광등 불빛을 찾아서 방으로 귀여운 손님객이 날아들었다. 낮에 약수터에서 만났던 베짱이가 마을을 왔나 보다. 베짱이의 연주는 엿장수의 경쾌한 가위질 소리이며 치렁치렁한 머리를 사정없이 싹뚝싹뚝 잘라버리는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다. 그 소리는 너무도 경쾌하고 청아하고 시원하다. 몇 달이 지나도록 그 남자 얼굴을 본 적은 없다. 혹시 공방 주인이 여자일지도 모른다. 직업에 남녀 구별이 없어진 요즘 주인이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은 남자이기를 바라는 내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잊고 있었던 푸른 종소리를 좀 더 붙잡으려고, 꿈같은 남자를 그리며 그 집 앞을 오가는 얄궂은 심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먹고 걸음을 멈췄다. 공방 안 불빛 속에 공구들이 보인다. 이름도 모르는 공구들이 나뭇결 속으로 잦아든 바람을 읽다가 작업실 벽에 몸을 기댄 채 졸고 있다. 세상에는 고운 꽃, 화려한 꽃들이 많다. 그러나 꽃이 화려할수록 그 지는 모습은 그렇지가 못하다. 장미는 시들어 떨어지고 모란은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벚꽃 같은 것은 연분홍 꽃잎을 시나브로 흩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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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방살이를 하면서 문패를 건다'는 말이 있다. 주제 넘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제 이름 석자도 버젓이 내걸 수 없는 것이 문간방에 사는 사람의 처지이다. 그래서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이름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문간방 남자'요 '문간방 여자'요, '문간방 아이'로 통한다. 그가 비록 전주 이씨 충녕군 파의 종손이라 해도 문간방에 사는 한 그저 문간방 사람일뿐이다. 날리며, 손등으로 굵은 눈물을 닦습니다. 아파트 창문으로 늦가을의 낙엽이 빙그르 내려앉았다. 생을 마감한 낙하가 소슬한 여운을 남긴다. 잔바람에도 느티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며 제 몸의 일부를 내려놓는다. 나무도 때가 되면 제각각 사연을 품은 나뭇잎과 결별을 하듯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 방에서 바라보는 낙엽은 이우는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무언을 암시해 주었다. 요즘 들어 자주 할머니가 생각난다. 엎어진 책에서 단박 학덕 쏟아짐을 끌어온 그 즉물적인 은유, 책을 천대하는 것은 곧 아버지를 천대함이라 굳게 신앙하던 수더분한 언저리가 그립다. 지 먹을 것을 견대에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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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고운 꽃, 화려한 꽃들이 많다. 그러나 꽃이 화려할수록 그 지는 모습은 그렇지가 못하다. 장미는 시들어 떨어지고 모란은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벚꽃 같은 것은 연분홍 꽃잎을 시나브로 흩날려서는 늘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처음에는 '쩍 쩍'하며 입맛을 다시더니 날개를 조금쯤 엉거주춤하게 든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막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쩍 쩍'은 본 연주를 위한 조율이었나 보다.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것, 그것이 바람의 본질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바람 앞에 흔들거리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기다릴 일이다. 해가 뜨고 날이 밝아 모든 것이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그렇게 서성이다가 바닐라 향처럼 사라져갈 가벼움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미 바람이 아니다. 사랑이다. 아니 운명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보통사람과도, 사에서 뽑은 보통사람과도 다른 또 하나의 보통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보통사람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러다가는 내가 보통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정말인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우리 집 근처에는 식료품 가게가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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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뒤로 넘어지는 호박잎 위에 밥 한 술 올려놓고 된장국 한 숟갈을 끼얹으면 손가락 사이로 국물이 줄줄 새나간다. 이때 호박잎을 얼른 뒤집어 한 입 가득 밀어 넣으면 여름이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젠장, 왜 이리 바쁘냐."고 한 소리를 한다. 이렇게 사흘 동안을 피고 잠들기를 되풀이하다가 나흘째쯤 되는 날 저녁. 수련은 서른도 더 되는 꽃잎을 하나씩 치마폭을 여미듯 접고는, 피기 전 봉오리였을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엄마는 동생과 한집에 살고 있다. 동생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살림을 합친 것이다. 엄마는 세월의 더께가 쌓여 가니 아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뿌듯하게 생각했지만 살림을 도맡아 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나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으시시 떨었다. 외모의 미운 모습은 영원히 가다듬기 어려워도 마음씨란 수양이나 교양으로써 선을 긍지로 삼을 수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후 나는 예쁘지 못한 내 얼굴이지만 별 구애 없이 살아오게 되었다. 동무들 중에서, "왜 당신은 그렇게 못났소?" 있는 마지막 타이틀이 주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빛 어디, 점 하나, 어쩐지 나를 닮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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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내가 세상에 온 이유나 세상에서 꼭 해야 할 일을 알만도 한데, 나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도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생을 수직 상승시키려고 애썼을 콩나물의 마음을 짐작이나 해 볼 뿐이다.콩나물무침에다 두부 넣은 된장찌개, 그리고 콩자반까지 올린 오늘 저녁 상차림은 거의 콩씨네 종친회 분위기였다. 그동안 내 몸에 들이부은 콩만 해도 수십 자루가 넘을 것이다. 나는 과연 콩값이나 할 수 있을까."우리는 얼마나 흔들리는 물통을 가지고 있는가?" 이는 성 프란시스가 자신의 깨달음을 친구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지 먹을 것을 견대에 뿌듯하게 넣어서 어깨에 둘러메고 모여들었지만, 나는 항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그것이 행복이라고 노승이 ‘꾸삐씨’에게 말했다. 그게 과연 행복일지 어떨지 모르지만 어딘가 지평선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면 참 아름다울 것 같기는 하다. 지평선 대신 나는 의자에 앉아서 건너편 주유소에 드나드는 자동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집에는 돼지 저금통이 몇 개 있다. 돼지꿈을 꾸면 재수가 좋다는 말도 있듯이 집에서도 남자들을 애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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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이 밤에 불빛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만 행여 밤바람이 차져서 내 방으로 찾아든 거라면 베짱이가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설 때 장래에 대한 자부와 남다른 야망에 부풀어, 새벽하늘을 우러러보며 씩씩하게 누구나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나면 주인이 사용한 가재도구들은 타인의 손에 치워지게 된다. 주인에게는 하나하나 추억과 함께한 손때 묻은 물건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애착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노년의 삶은 조금씩 비워야 한다. 한 존재가 세상을 등비녀 일생을 함께한 유품들은 흔적 없이 버려져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진다. 나는 우선 사돈을 맺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보통 가정을 내 둘레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귀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내 집은 남이 보기에 보통일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그것조차 자신이 없는 게 아닌가. 우선 주부가 글을 쓴다고 툭하면 이름 석 자가 내걸리고, 사람은 건성건성 엉터리로 하는 가정이 어디 보통 가정인가. 나는 그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어찌해야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목월선생이 했다던 대답이 생각난다. 잠잘 때도, 먹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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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의 연주는 엿장수의 경쾌한 가위질 소리이며 치렁치렁한 머리를 사정없이 싹뚝싹뚝 잘라버리는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다. 그 소리는 너무도 경쾌하고 청아하고 시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 녀석이 또 내 방으로 들어왔다. 색동옷차림 후 첫 번째 방문이었다. 그런데 창문에 앉아 있던 녀석은 놀랍게도 내게 멋진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미 밤도 깊었는데 나는 비 속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어느 골목길 한 모퉁이 조그마한 빈 집터 앞에서 화석처럼 혼자 서 있었다. 노파는 다시 외친다. 집이래야 눈에 띄는 농가(農家)가, 박덩굴 올라간 초가 지붕이 몇 채도 안 되는데, 뒤따라 가는 내 생각으론 한 장도 팔릴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노파는 유유히 목청을 돋우어 장판 사라고 외치다가, 그것도 그만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연못 속의 금붕어가 어쨌다는 그런 노래였는데 너무 구슬프게 들려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다가, 여기도 또한 거리의 악사(樂士)가 있구나 하고,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진짜로 예술가(藝術家)인지 모르겠다는 묘한 생각을 하다가, 그 노파는 윗마을로 가고 나는 가매못 곁에 와서 우두커니 낚시질을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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