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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는짤유머즐겨봅시다0_0

viqkthdmqqy25100 18-05-17 10:57 ( 조회 7 )
어린 골프선수와 그 부모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관계다. 선수는 “부모님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하고, 부모는 “우리가 있어야 우리 애가 잘한다”고 믿는다.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 언제나 위기에서 벗어나고, 또 그 위기를 통해 거듭난다. 인류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기를 극복할 줄 알기 때문이다. 골프만큼 다양한 위기에 봉착하는 스포츠도 없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생각하고, 연구하다 보면 어느새 성취감은 배가 된다. 여러 해 전, 모나리자에 관해 한 편의 글을 쓴 일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저 유명한 그림말이다. 모델은 15세기 피렌체의 귀족 죠콘드(Giocond)의 아내라고 전해진다. 눈이 쌓인 저수지에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이 많다는 소리이다. 나무와 가을에 보자는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지낸 것이다. 그러다 문득 드러누운 나무가 떠올라 방죽골을 한겨울에 찾았다. 그것도 코끝이 찡하고 얼굴에 반점이 피어오르는 추운 날 말이다. 문득 왔다 사라지는 봄날처럼 그해 여름에 엄마는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이별을 예상했던 엄마가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나를 알고서 함께 나가자고 한 것이었다. 오래 동안 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손 내밀 곳 아무데도 없이 우리 남매들은 세상으로 내던져졌다. 나에게 매년 돌아오는 봄은 봄날이 아니었다. 생채기가 난 가슴은 봄이면 어김없이 생 앓이를 했다.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간 후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엄마가 되고서야 내 마음을 안다는 우리 엄마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강물이 흘러가듯 아픔도 저물고 차츰 봄이 봄으로 다가왔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봄날이다. 엄마랑 다시 한 번 소풍을 가고 싶다. 아이가 쪼르르 달려 와 엄마 품에 안긴다. 품에 안긴 아이가 푸른 하늘을 쳐다본다. 나도 고개를 든다. 고운 우리 엄마만큼이나 높고 푸르다. “ 글 쏟아질라 …” 할머니는 내가 읽던 책을 펼친 채 방바닥에 엎어둔 걸 보면 살그머니 그것을 접으며 나무랐다. 나무람 끝에 으레 “ 책천이면 부천이라느니 “ 라고 혼잣말을 했고 무슨 받침거리를 찾아 책을 올려놓는 손길이 공손했다. 일자무식 , 평생 흙을 주무르던 그분은 낚싯바늘 모양으로 구부린 고챙이를 벽 귀퉁이에 걸어 두고 글자가 찍힌 종이쪽을 보는 족족 거기 끼워 간직했다. 그때 그 남자는 지금도 창가에 조롱박 넝쿨을 올리는지. 그 남자 가슴속에서 가끔 하얀 박꽃이 피고 지는지. 아니면 그 기억조차 잊은 채 어두워진 시간까지 끝내지 못한 일을 하고, 소주 한 잔에 공허한 웃음을 날리며 지친 하루를 닫는 그저 그런 아저씨로 살아갈 수도 있겠다. 꼭 그런 남자만 있는 것은 아니지. 가끔 여행을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알뜰하게 사는지도 모르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서 있다.아, 공방 작업실 안에 그 남자가 보인다. 시간도 이젠 지쳐 몸을 누이려고 하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작업대에 엎드려 있는 남자. 어깨 위에 얹힌 불빛이 젖어 보인다. 잠시 눈이 머물다 미끄러진다. -고마워, 줘마… 8b18b1427b0ebcd2a6bd838cf3cacc4f.jpg
소나무도 멋진 나무이며, 진달래, 철쭉 같은 관목들도 그대로 값진 남성자위기구 신음 womanizer toy 아이는 인정머리 없이 말한다. 그러한 강물과 마주하게 되면 이내 서사정 '逝斯亭' 이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는 '가는 자 이와 같은가' 했다는 공자의 그 말이 생각나곤 했다. 나 또한 발길이 막히면 강가에 나가 '가는 자 이와 같은가'를 되뇌어 보기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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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쩍 쩍'하며 입맛을 다시더니 날개를 조금쯤 엉거주춤하게 든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막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처음의 '쩍 쩍'은 본 연주를 위한 조율이었나 보다. 찰밥을 싸서 손에 들고 새벽에 문을 나선다. 혹여 물에 빠질까 봐 몸을 바싹 움츠리고 발자국을 따라 나무 곁으로 다가간다. 여름날 잎이 무성했던 나무의 모습은 흔적 없고, 무수한 잔가지만 하늘을 향하여 삐죽삐죽 솟아 있다. 반쯤 드러난 나목의 굵은 줄기는 물기를 털기 위함인지 햇볕을 쐬고 있다. 멋있는 사람들의 멋있는 광경을 바라볼 때는 마음의 창이 환히 밝아지며 세상 살 맛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요즈음은 멋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꿈에 떡맛 보듯 어려워서, 공연히 옛날 이야기에 향수와 사모를 느끼곤 한다.선조(宣祖) 때의 선비 조 헌(趙 憲)도 멋있게 생애를 보낸 옛사람의 하나이다. 그가 교서정자(校書正字)라는 정9품의 낮은 벼슬자리에 있었을 때, 하루는 궁중의 향실(香室)을 지키는 숙직을 맡게 되었다. 마침 중전이 불공을 들이는 데 사용할 것이니 향을 봉하여 올리라는 분부를 내렸다. 산 정상 바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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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렇다면 그 여인의 눈은 자신의 체내의 새 생명을 지켜보는 눈이었을 것이다. 작은 생명의 태동과 발육을 지켜보는 엄숙한 눈이었을 것이다. 서 있던 사람들이 많이 내려 벌목한 숲처럼 전철 안이 훤하다. 그새 앞자리엔 플러그드가 더 늘었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있는, 건너편 좌석의 남자를 바라본다. 도시살이에 시달린 표정없는 얼굴 위로 매연과 소음을 견디고 서 있는 도시 복판의 가로수가 오버랩된다. 가슴팍 어디에 링거병을 매달고 기사회생을 꿈꾸던 지친 나무처럼, 저 남자도 지금 가늘디가는 관을 통해 스스로 처방한 영양수액이나 문명의 해독제 같은 것들을 깊이깊이 흡입하고 있는 중이다. 뿌린 것 없이 결실만 바라는 내 엉큼한 속셈에 앞마당은 콧방귀만 뀌고 있다. 그런데 오늘, 무심코 돌아서려는 내 발목을 확 휘어잡는 게 있었다. 긴가민가 돋아나는 작은 새순들, 누렇게 변한 푹 더미 속에서 이제 막 눈을 떠 꼬물거리며 피어나는 연한 이파리들, 분명 물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조 헌은, "이 방의 향은 종묘와 사직 그리고 사전(祀典)에 실려있는 제례 때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불공드리는 데 쓰시기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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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와 만나기로 한 약속은 곧 깨졌다. 부모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면서 관여했고 또 약속 장소로 함께 오겠다고 해서다. 용품사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용품사 대표는 골프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스스로 풀어나가는 운동이지만, 우리 골프선수들의 부모들은 지나치게 자식에게 관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앞으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이런 유형의 선수들과는 계약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의 얼굴에도 이끼가 앉았다. 사람들은 이끼 같은 검버섯을 저승꽃이라고 부른다. 저승꽃이라 부를 때 검버섯은 삶의 외곽으로 밀려난 느낌을 준다. 저승꽃이란 말 속에는 지극히 일상적인 정경들이 사라진 우울한 냄새가 배여 있다. 그것은 자꾸만 허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나는 저승꽃을 돌탑에 앉은 이끼 같은 것이라고 주문을 걸어 본다. 이끼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난 시간의 퇴적위에 움 터는 생동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람과 육체적으로 위대한 사람으로 나누면 육체적으로 위대한 사람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작아 보이고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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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물이 지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서 잠들고 잠깨면서 일주일을 견디고 남녀, 콩은 어느새 어엿한 콩나물이 되어 있다. 콩나물을 보면서 나는 사물놀이에 나오는 상모돌리기를 연상한다. 사마귀에 잡혀 먹힌 것일까.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올 때는 보물 상자를 안고 오는 마음으로 무릎에 싣고 왔다. 아파트 환한 벽에 액자를 걸었다. 어느 날이었다. 도장을 받아야 할 우편물을 가지고 온 우편집배원이 현관에 선 채로 벽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거였다. 그러고는 “진,광,불,휘, 차암 좋네요.”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돌아갔다. 실체는 찾을 수 없으나 제 몸에 깃든 녹[鐵]처럼 다시 피어나는 관능의 노도(怒濤)와 해일(海溢). 그것은 결국 우리로 하여금 맞닿을 수 없는 어느 허무의 벽을 짚게 하고야 말리라. 한 발자국 다가서면 또 한 발자국 비켜나는 자신의 그림자처럼, 어쩌면 몸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지점도 끝내는 허구(虛構)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파 껍질처럼 한 겹 한 겹 다 벗겨지고 나면 끝내는 망실(亡失), 바로 그 발 밑은 죽음의 계곡이 아닐까? 가서 맞닿지 못하는 허무(虛無). 그리하여 나는 현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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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한 해답을 얻었다. 눈이 담고 있는 것과 입이 담고 있는 것이 같은 것일 수 있으리라는 나름대로의 짐작이었다. 눈은 부릅뜨고 입만 웃는 표정은 없을 것이다. 입을 삐죽 내민 채 눈만 웃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나리자의 눈과 입은 무엇을 담고 웃고 있는데, 입가에 감도는 미소가 잉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눈에 어린 웃음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없이 열한 살 때 메고 가던 그 밥을 손에 들고 소년 시대의 기분으로 문을 나서는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오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찬란한 불꽃놀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별빛이 참으로 영롱했다. 빛나되 눈부시지 않는 그런 빛, 태초부터 비춰왔을 그런 빛을 진광眞光이라 하는가. 그럼에도 한순간일망정 불꽃처럼 타올라 소진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나의 어리석음은 언제나 끝나려는지. 어스름 램프불이 졸고 있는 좁은 방 안에는 나보다 나이 어린 두 오누이가 있었고, 그 옆에는 어머님인 듯한 중년 부인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호떡 한 개 값은 1전이고, 5전 어치를 한꺼번에 사면 덤으로 한 개씩 더 끼워서 주던 때였다. 비천 그림을 만나기 위해 돈황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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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고, 또 그 위기를 통해 거듭난다. 인류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기를 극복할 줄 알기 때문이다. 골프만큼 다양한 위기에 봉착하는 스포츠도 없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생각하고, 연구하다 보면 여자골프선수 A는 골프 재능과 놀라운 집중력, 그리고 훤칠한 키와 미모를 갖췄다. 관심을 두고 A의 일상을 살펴봤으며 장래성과 스타성이 충분하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장단점과 골프의 특징을 스스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해주고 있었다. A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골프용품 업체에서 계약과 지원 협의를 위해 만나기를 희망했다. 둥근 얼굴, 긴 얼굴, 까만 얼굴, 하얀 얼굴, 누런 얼굴, 다 각각 다르다. “봄을 아껴 날마다 까부룩히 취했더니 깨고 보매 옷자락엔 술 자욱이 남았고나 (석춘연일취혼혼 성후의상견주혼 惜春連日醉昏昏 醒後衣裳見酒痕)” 삼촌행락(三春行樂)도 간 데 없고 옷자락에 떨어진 두어 방울의 주흔(酒痕)! 이것이 인생의 반점(斑點)이요 행로의 기록이다. 이 기록이-, 이 반점이- 곧 수필이다. 이것이 인생의 음미다. 지금 무대에서는 성장(盛裝)을 한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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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진눈깨비가 내려 도로가 질척이더니, 저녁에 함박눈으로 바뀌어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다음 날 출근길엔 눈꽃 세상이 펼쳐져 환호성을 지르며, 마지막 눈꽃을 볼 기회라고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그림의 떡, 산으로 달려가는 자유인을 동경하며 구속된 처지를 한탄으로 끝이 났다. 폭설이 소나무 숲에 드리운 불길함을 소인이 어찌 알 수 있으랴.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이 천상의 눈물처럼 가슴으로 흘러든다. 허스키하면서도 애상적인 이 남자의 목소리는 슬픔조차도 감미롭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슬픔을 치유하고 위무하는 것이 기쁨이 아니고 슬픔이라는, 삶의 아이러니에 나는 안도한다. 기쁨이 표피적인 것이라면 슬픔은 보다 깊숙이, 진피나 피하조직 어디쯤, 아니면 뼛속 깊이 스며흐르는 것이어서 천천히, 아주 조금씩 분해되고 배출된다. 슬픔에 관한 한 시간만한 명약이 없긴 하지만, 질척거리는 눈물바다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허우적거리거나, 서럽고 유장한 가락을 샤워기처럼 틀어놓고 슬픔의 미립자들이 알알이 씻겨내리기를 기다려보는 것도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이따금은 유효하다. 풀꽃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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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마치 바람의 정부인 양 굼실굼실 너울거리는 은빛 갈대이다. 그는 바람이 일면 머리를 마구 풀어 헤치고 풀밭에 드러눕는다. 그에겐 그 흔한 자존심도 정절도 없어 보인다. 형체가 없는 바람, 그가 시키는 대로 날카로운 잎새의 날을 세우고 제 살에 생채기를 내면서도 수걱수걱 비위를 맞춘다. 어찌해야 시를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목월선생이 했다던 대답이 생각난다. 잠잘 때도, 먹을 때도, 뒷간에 가서도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라... 그게 어디 시인들만을 위한 답이겠는가. 몇 달이 지나도록 그 남자 얼굴을 본 적은 없다. 혹시 공방 주인이 여자일지도 모른다. 직업에 남녀 구별이 없어진 요즘 주인이 남자일 것이라는 생각은 남자이기를 바라는 내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잊고 있었던 푸른 종소리를 좀 더 붙잡으려고, 꿈같은 남자를 그리며 그 집 앞을 오가는 얄궂은 심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먹고 걸음을 멈췄다. 공방 안 불빛 속에 공구들이 보인다. 이름도 모르는 공구들이 나뭇결 속으로 잦아든 바람을 읽다가 작업실 벽에 몸을 기댄 채 졸고 있다. 며칠 전 조간신문에서 '관능적 몸짓, 유혹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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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마루에 누워 잠을 청해 본다. 야윈 잠결. 문득 지나가는 한줄기 소나기. 파초 잎에 듣는 빗소리가 상쾌하다. 밤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물가를 거닌다. 달이 비친 수면은 고요한데 이따금 물고기가 수면 위로 솟았다 떨어지면서 내는 투명한 소리. 그 투명한 음향이 밤의 정적을 지나 우리의 가슴에 가벼운 파문을 던진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이처럼 절실한 것을. 흔들리는 아지랑이 속으로 아득히 비상하던 종달새의 가슴 떨리는 소리는 언제나 꿈, 사랑, 희망과 같은 어휘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상아빛 건반 위로 달려가는 피아노 소리는 오월의 사과꽃 향기로 번지고,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는 나른한 졸음에 금속성의 상쾌함을 더한다. 이런 소리들은 초여름의 부드러운 대기 속에서 들을 때 더 아름답다. 출근할 때는 주인보다 한 발 늦게 출발해도 늘 한 발 앞서게 마련이니 버스를 놓칠 염려가 그만큼 적고, 좀 얌체 짓 같지만 신문 구독료 같은 것은 내지 않아도 된다. 대문간에 떨어지는 신문 소리를 먼저 듣는 것은 문간방에 사는 사람이다. 게다가 들창 밑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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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얘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에 더 감미롭고 낮보다 밤 이 낯선 여인의 눈매에서 모나리자의 눈웃음의 수수께끼를 풀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벽에 걸린 모사화 모나리자를 다시 눈여겨보니, 아랫 눈꺼풀 밑에 한줄기 그늘이 져 있었다. 그 풍신한 의상도 임부가 입는 옷이 아니었을까.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안하다. 문간방 저쪽은 바로 한길이기 때문이다.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면으로 괴로워한다. 밤에는 골목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일찍 잠들 수 없고, 아침에는 두부장수의 요령 소리에 잠을 설친다. 그러다가 우유 배달부의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에 그 빈약한 잠에서마저 결국 깨고 만다. 사람이면 누구나 참을성이 있어야하겠지만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더 많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골목에서 들리는 여인네들의 수다 떠는 소리도 참아야 하고, 마을 사람들의 소란과 아우성도 참아야 한다. 설사 야구공이 창문을 부스고 날아드는 이변이 생긴대 해도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한다. 대학 시절이었다. 친구와 함께 제기동 어떤 집 문간방에서 자취를 했는데, 벽을 사이에 둔 저쪽은 밤만 되면 공중변소였다. 물주전자의 뜨거운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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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마루에 누워 잠을 청해 본다. 야윈 잠결. 문득 지나가는 한줄기 소나기. 파초 잎에 듣는 빗소리가 상쾌하다. 밤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물가를 거닌다. 달이 비친 수면은 고요한데 이따금 물고기가 수면 위로 솟았다 떨어지면서 내는 투명한 소리. 그 투명한 음향이 밤의 정적을 지나 우리의 가슴에 가벼운 파문을 던진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이처럼 절실한 것을. 흔들리는 아지랑이 속으로 아득히 비상하던 종달새의 가슴 떨리는 소리는 언제나 꿈, 사랑, 희망과 같은 어휘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상아빛 건반 위로 달려가는 피아노 소리는 오월의 사과꽃 향기로 번지고,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는 나른한 졸음에 금속성의 상쾌함을 더한다. 이런 소리들은 초여름의 부드러운 대기 속에서 들을 때 더 아름답다. 나서며 먼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백수(白首) 오십에 성취한 바 진광불휘 眞光不煇, 이즈음에는 또 다른 뜻으로 나를 채근한다. 30년 수필을 써왔지만 아직도 완벽한 글을 쓰지 못하는 나에게 정말 좋은 글은 번드레한 것이 아니라 소박한 것이라는 말씀을 하고 계신 것 같다. 탱고는 남녀가 추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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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떠날 때가 되면 냉정하게 떠나보내야 한다. 너무 딱해서 매일 먹이를 물어다 주다 보면 이미 몸집은 커져 나는 법을 잊어버리고 그로 인해 먹이를 잡는 법도 모르게 된다. 벙커에 자꾸 빠져야 벙커 탈출 법을 안다. 불안해하지 말고 선수가 성인이 되면 둥지서 박차고 나갈 수 있도록 빗장을 열어줘야 한다. 출근할 때는 주인보다 한 발 늦게 출발해도 늘 한 발 앞서게 마련이니 버스를 놓칠 염려가 그만큼 적고, 좀 얌체 짓 같지만 신문 구독료 같은 것은 내지 않아도 된다. 대문간에 떨어지는 신문 소리를 먼저 듣는 것은 문간방에 사는 사람이다. 게다가 들창 밑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듣는 것도 전혀 재미없는 일만은 아니다. 고해 신부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어떤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의 굳게 다문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할 때도 있으니까. 어떤 때는 금세 끊기고 마는 그 짤막한 이야기가 오래 전에 본 적이 있지만 지금은 가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만 어떤 영화의 대사를 다시 생각나게 할 때도 있다. "나 죽으면 님자, 그래도 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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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고통을 이겨냈을 때 두부가 '오듯이', 우리 삶의 형상도 그렇게 두부처럼 오는 게 아닐까. 하얀 접시에 담긴 두부 한 모가 사방을 고요하게 한다. 손가락 끝의 작은 골무가 시간과 대적하는 평화의 투구로 좌정하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안의 어둠과 마주앉아 눈싸움을 했을 것인가. 완강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사물들이 섣불리 존재의 비의(秘儀)를 누설할리 없다. 단번에 백기를 들고 투항할리도 없다. 어둠속에 침잠하고 있던 물상이 정성과 열정에 감복하여 서서히 제 윤곽을 들어낼 때까지, 스스로 빗장을 열고 조곤조곤 속내를 풀어낼 때까지,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져야 했으리라. 진정성과 감정이입으로 대상을 깊이 있게 응시하면서 익숙한 사물들이 들려주는 비밀스런 이야기에 귀 기울려 화답했으리라. 나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으시시 떨었다.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 앞에 묵연히 선 듯, 내 마음과 발걸음은 차마 이 빈 집터 앞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온 하늘이 모두 그 꽃송이들 속에 들어박혀 있는 듯한 그 즐거움, 생명이 주는 그 희열을 나는 이 꽃에서 발견한다. 오물오물하고, 아기자기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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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렇게 애를 먹이다가도 다음 날쯤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여러 번을 왔던 곳이건만 오늘도 이곳엔 계절과 관계없이 두려움과 절망들이 오돌 오돌 떨며 서있다.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는 몸짓을 해대고는 있지만 느껴지는 차가운 눈길들로 인해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추위를 타는 것 같다. 적막, 고요, 바람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중력의 공간, 아주 미미한, 무언가 있다고 느껴지기만 할 정도의 기운들이 공간을 부유한다. 그 속에서 신의 힘으로 느껴지는 기운과 인간의 힘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서로 부둥키며 붉은 구멍 같은 통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람들이 등을 보이고 떠나버린 자리, 검은 상복의 두 여자가 소리도 없이 닫혀버린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고 한 남자가 두 여자의 등을 밀며 그 자리를 벗어나자 하고 있다. 바람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제목일 뿐, 바람은 늘 흔적을 남긴다. 바람이 지나간 나뭇가지에 수액이 돌고 움이 터 온다. 꽃이 피고 잎이 지고 열매가 달린다. 잔잔한 물을 흔들고 저녁연기를 흩트리고 버드나무의 시퍼런 머리채를 흔든다. 멀쩡한 지붕이 날아가고 대들보가 무너져 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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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안하다. 문간방 저쪽은 바로 한길이기 때문이다.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면으로 괴로워한다. 밤에는 골목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일찍 잠들 수 없고, 아침에는 두부장수의 요령 소리에 잠을 설친다. 그러다가 우유 배달부의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에 그 빈약한 잠에서마저 결국 깨고 만다. 사람이면 누구나 참을성이 있어야하겠지만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더 많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골목에서 들리는 여인네들의 수다 떠는 소리도 참아야 하고, 마을 사람들의 소란과 아우성도 참아야 한다. 설사 야구공이 창문을 부스고 날아드는 이변이 생긴대 해도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이 강철로 만든 것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대립을 이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칼과 바늘일 것이다. 칼은 남성들의 것이고 바늘은 여성들의 것이다. 칼은 자르고 토막 내는 것이고 바늘은 꿰매어 결합시키는 것이다. 칼은 생명을 죽이기 위해 있고 바늘은 생명을 감싸기 위해 있다. 저수지가 꽝꽝 얼어 왕버드나무를 자유자재로 담을 수 있어 좋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매얼음 속에서 '나,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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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방에 사는 사람이 제일 슬퍼질 때가 있다. 자기 아이가 주인 집 아이와 싸웠을 때이다. 이겼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다음날부터 다른 셋방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아기가 있으면 셋방을 주려고 들지 않으니 더 슬프다. 그러니 문간방에 살려면 아이가 없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있다고 해도 주인집 아이보다 힘이 세어서는 못쓴다. 그렇다고 울지도 않고 힘도 약한 아기를 낳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도 없으니 슬프다. 하지만 문간방에 산다고 해서 늘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몸채 사람들이 놓쳐 버린 그런 이삭 같은 재미가 있어 팍팍한 삶에 조그만 위로가 되기도 한다.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추운 날 모처럼 찾아온 친구를 오래도록 대문 밖에 세워 두지 않아도 된다. '똑똑' 창문 만 두어 번 두드리면 그것이 친구인 줄 알고 얼른 나가 맞아들일 수 있어 좋다. 육중한 이중의 문이다.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아주 짧은 한 순간 멈췄다가 돌아간다. 숨을 멈춰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느껴지는 세상의 움직임. 나도 다시 숨을 내쉰다. 애주가(愛酒家)는 술의 정을 아는 사람, 음주가(飮酒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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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안하다. 문간방 저쪽은 바로 한길이기 때문이다.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언제나 불면으로 괴로워한다. 밤에는 골목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일찍 잠들 수 없고, 아침에는 두부장수의 요령 소리에 잠을 설친다. 그러다가 우유 배달부의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에 그 빈약한 잠에서마저 결국 깨고 만다. 사람이면 누구나 참을성이 있어야하겠지만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더 많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골목에서 들리는 여인네들의 수다 떠는 소리도 참아야 하고, 마을 사람들의 소란과 아우성도 참아야 한다. 설사 야구공이 창문을 부스고 날아드는 이변이 생긴대 해도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을 때 나는 버리는 것부터 배웠다. 그 때문인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다는 토끼처럼 도중에 아예 목적을 버리고 마는 버릇, 투망投網을 하러 왔다가 또 '어획' 그 자체를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돌아오는 배에는 달빛이 가득하거니, 달빛만 가득하면 그것으로 좋았다. 무형無形의 달빛은 내게 있어 충분히 의미 있는 그 이상의 무엇이 되었으며 언제인가부터 나도 제 혼자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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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흔들리는 것이 나무와 갈대뿐이랴. 사람들도 시시각각 흔들린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얼굴에선 이를 알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자신만은 속일 순 없으리라. 애써 숨기려 해도 두려움으로 흔들리는 눈빛, 고통으로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 절망으로 절규하는 양심……. 음악에 취해 있는 동안 내 영혼은 고양된다. 아니, 물리적으로 공중부양된다. 육신이 해체되고 영혼만으로 채워지는 오롯한 실존. 나는 지금 이 귀에서 저 귀까지, 양쪽 관자놀이 사이를 수평으로 이어놓은 두개골의 윗부분만, 반구형의 울림통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눈높이 위, 높지도 낮지도 않은 허공을 투명한 해파리처럼 유영하는 느낌이라 할까. 웅장미를 자랑하는 로마 시대의 고적도 아니요, 겨레의 피가 통하는 백제, 고구려나 서라벌의 유적도 아닌, 보잘 것 없는 한 칸 초옥이 헐리운 빈 터전이 이렇게도 내 마음을 아프게 울리어 주는 것은 비단 비 내리는 가을밤의 감상만은 아닌 것이다. 양은 솥 바닥에 고소하게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거나 냄비를 태웠을 경우 검댕이를 떼어 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고향 시골에서도 가마솥의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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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어 그가 들어갈 만큼 열려야 했고 그가 그곳까지 이를 수 있도록 빨아들이는 힘이 있어줘야 했다.그렇게 2년을 기다림 아닌 기다림으로 보낸 끝에야 소리 없이 문이 열렸고 그의 몸만 남긴 채 영혼만 그 문을 통과해 나갔다. 사람들은 그의 영혼이 떠나버린 빈 몸만 붙들고 경건한 의식에 들어갔다. '셋방살이를 하면서 문패를 건다'는 말이 있다. 주제 넘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제 이름 석자도 버젓이 내걸 수 없는 것이 문간방에 사는 사람의 처지이다. 그래서 문간방에 사는 사람은 이름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문간방 남자'요 '문간방 여자'요, '문간방 아이'로 통한다. 그가 비록 전주 이씨 충녕군 파의 종손이라 해도 문간방에 사는 한 그저 문간방 사람일뿐이다. 허균이 쓴 ?교산기행?을 보면 “신축년(1601) 부안에 닿았다. 김제군수 이귀의 정인인 기생 매생을 만났다. 그녀는 거문고를 갖고 와 시를 읊었다. 얼굴이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재주와 정취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눌만 했다. 하루 종일 술을 나눠 마시며 서로 시를 주고받았다. 침소로 들여보내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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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골프선수와 그 부모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관계다. 선수는 “부모님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하고, 부모는 “우리가 있어야 우리 애가 잘한다”고 믿는다.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 언제나 위기에서 벗어나고, 또 그 위기를 통해 거듭난다. 인류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기를 극복할 줄 알기 때문이다. 골프만큼 다양한 위기에 봉착하는 스포츠도 없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생각하고, 연구하다 보면 어느새 성취감은 배가 된다. 여러 해 전, 모나리자에 관해 한 편의 글을 쓴 일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저 유명한 그림말이다. 모델은 15세기 피렌체의 귀족 죠콘드(Giocond)의 아내라고 전해진다. 눈이 쌓인 저수지에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먼저 다녀간 이들이 많다는 소리이다. 나무와 가을에 보자는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 지낸 것이다. 그러다 문득 드러누운 나무가 떠올라 방죽골을 한겨울에 찾았다. 그것도 코끝이 찡하고 얼굴에 반점이 피어오르는 추운 날 말이다. 문득 왔다 사라지는 봄날처럼 그해 여름에 엄마는 우리들 곁을 떠나갔다. 이별을 예상했던 엄마가 늘 마음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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